사진 속에서 수빈은 웃고 있었다. 그 말인즉, 그 시간과 그 장소에서 그가 실제로 웃었단 뜻이다.
🌊 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
표지를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먹먹하면서도 담담한 제목에 청량하고 깔끔한 일러스트 표지라니! 게다가 내가 요즘 관심이 있는 청소년 소설이어서 바로 뽑아서 읽기 시작했다.
🚨 결말 스포 주의!! 🚨
이 책은 수빈이라는 열여덟 학생이 사랑했던, 그리고 그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시간은 이론적으로는 앞을 향해서만 나아간다. 그러나 깊은 슬픔을 맞닥뜨린 사람들은 오로지 하나의 시간에만 머무르고는 한다.
나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나은은 열여덟의 여름, 바다에 빠진 두 아이를 구하고 세상을 떠난 수빈과의 시간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그런 그녀 앞에 과거를 바꿀 수 있는 열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게 나은은 두 아이가 처음부터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과거를 바꾸어 보려고 한다.
그러나 죽음은 불변하는 사실이었다. 그건 나은이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서도, 두 아이의 탓도, 수빈의 탓도 아니었다.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 우연과 우연의 일치로 맞이하는 결과였다. 나은은 수빈을 구하지 못했고 다시 돌아온 미래에서 여전히 혼자였다.
나는 이쯤에서 작가가 야속했다. '보통 이렇게 되면 극적으로 살아나지 않나? 마지막 페이지에서 수빈이 갑자기 나타나려나?' 하는 오기로 새벽 두 시를 넘겨가며 읽었지만 원했던 결말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천천히 나은의 대사를 읽으니 조금은 이해가 갔다.
"어쩌면 그 꿈은 현재가 아닌 진짜 미래를 바꾸기 위한 것이었을까?"
미래는 바뀌었다. 먼지 덮인 사진처럼 멈춘 과거에 남아 있던 나은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은은 수빈을 온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고,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 위에 또 다른 행복한 기억을 쌓을 것이다.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청량한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그러나 요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나여서인지 조금 침울해지고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결국 내 주변의 무언가는 떠나갈 것이고, 떠나가지 않아도 내가 잊는 것이 생길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아는 채로 나아갈 것이다.
하루만에 모두 읽을 정도로 슉슉 잘 읽히는 책이었다.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