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완전히 끝나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 작은 백마 🏰
조앤 롤링은 “만일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해리포터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책을 사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해리가 어느 날 갑자기 마법 세계에 들어간 것처럼, 몰락한 귀족 가문인 마리아가 신비한 왕국의 저택으로 들어가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써내려간 단어들을 그리며 책을 읽으면 어느새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어 있을 정도로 자세하고 섬세하게 세계를 그려냈다. 롤링이 찬사를 바친 이유가 단박에 이해가 갈 정도로 상상의 왕국 속 묘사가 상세했다. 한 세계를 다큐멘터리 찍듯이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해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조앤 롤링이 호그와트를 묘사하고 상상할 때 이런 점을 참고했을까? 해리 포터의 팬이기도 해서 그런지 엘리자베스 굿지가 구축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마법사의 세계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특히 문에이커 저택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처음 호그와트에 대해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와는 별개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인지 긴가민가한 부분들이 몇 있었다. 붉은 머리는 불결하다는 인식, 그리고 검은 피부에 대한 부정적 시선. 주인공인 마리아는 붉은 머리에 주근깨가 있는 소녀이다. 그는 러브데이가 소개하는 거울 앞에 서 자신의 진실된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 그 형상은 붉은 머리가 아니라 금발이라는 묘사가 나오는데, 붉은 머리는 아름답지 못하다는 서양의 인식이 묻어난 것 같아서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아직 마리아의 서사가 풀리기 전이라 이 점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검은 피부에 대해서는 이 대목이 있다.
‘블랙 윌리엄의 외동딸은 아버지와 달리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였어. (중략) 그리고 피부도 아버지처럼 검은색이 아니었단다. 그녀는 은빛이 감도는 금발 머리카락과 은빛이 감도는 회색 눈동자, 우유처럼 하얀 피부를 갖고 있었지.’
작중 인물의 외모와 성품을 연결 지어 서술하는 방식이 많이 쓰여서 그런지 붉은 머리와 검은 피부에 대한 고정 관념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해리 포터도 영국 제국주의와 엘리트 기숙학교에 대한 향수가 조금은 묻어난 작품이어서….
그러나 붉은 머리와 검은 피부를 가진 각각의 인물이 작중 주인공과 주인공과 연결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혐오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이런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수도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02년에 출간된 소설이니 내가 우려하는 스탠스가 아니기를 바라며 다음 권을 펼쳐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