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은혜는 철저하게 삭제되었다.
- 세상이 조금만 더 자신을 남들처럼만 대해준다면 은혜는 사이보그 따위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지구가 너무 많이 바뀌어야 했다. 다수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면 그만인 일이었으니까.
- 은혜는 그런 것들을 꽤 많이 목격했다. 휠체어 보행환경의 불편한 지점들이 너무 많는 탓에 결국 모든 것을 손 놓아버린 것처럼 말이다.
제목만 보고 밀리의 서재에서 바로 고른 소설. 열고 보니 과학소설이어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목차별로 한 인물을 초점으로 서사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라 잔잔하게 쌓이던 감정이 마지막에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명대사를 꼽으라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은혜는 철저하게 삭제되었다’는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가까운 지인들과 환경이나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한 사람을 위해 다수가 희생할 수는 없잖아” 같은 말들을 참 많이 들었다. 수치와 통계를 들이민다면 당연히 정답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숫자만을 바라보고 발전해 온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세상이 나아졌는지 확인시켜 주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내가 지나친 이상주의자인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정리다 되었다. 책에서 말한 대로 인간은 불행을 상상하기에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자신 또는 누군가의 권리를 위해 함께 목소리 내는 것은 이상주의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극히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빨리 후루룩 읽었지만 두고두고 더 꺼내볼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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