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땅
" 인생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거란다.
다람쥐가 죽어야 쳇바퀴가 멈추지......
그러니 절망할 것도, 기뻐할 것도 없단다."
가장 읽기가 괴로운 소설이었다. 인물에 이입을 잘하는 편이라 더더욱 그랬다. 이야기의 배경은 1937년 추운 겨울의 강제이주 열차 속이다.
강제로 고향에서 쫓겨난 고려인들은 추위에 떨며 바깥을 보지도 못하는 열차 칸 속에 짐짝처럼 실려간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해, 떠돌아다닌 삶에 대해.
독자는 두꺼운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그들과 함께 어둡고 춥고 좁은 열차에 쭈그려 앉아 1900년대 나라를 빼앗겨 부유하는 사람들의 삶을 듣게 된다. 누구보다 뿌리를 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제국주의와 이데올로기의 바람에 휩쓸려 힘없이 부유하기만 한다.
이상과 윤리가 사라질 정도로 피폐하고 고단한 삶은 어떤 삶일까.
이 역사가 백 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벌써 이토록 잊혀졌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역사 문학은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운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그 시절 떠돌았던 사람들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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