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유키에게 비행기를 보여줘야 해.
교코: 키가 컸구나, 유키.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다시 보고 많은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행복과 사랑을 찾아 크리스마스에 떠난 엄마, 작은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들. 시놉시스만 들으면 마냥 암울한 영화로 보일 수 있으나 초반의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장남이라 해 봤자 12살인 아키라와 둘째 교코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하거든요. 알뜰살뜰하게 챙기고 살림을 해 나가는 모습이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어요.
그러나 아이들은 달마다 보내주는 돈으로만 자라는 게 아니죠. 학교를 다녀야 하고, 친구들을 만나야 하고, 잘못을 짚어주고 안아주는 보호자가 있어야 합니다. 꿈을 가진 아이에게 여러 가지 길을 보여주는 어른이 있어야 합니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줄 어른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모두 떠안은 아키라도 결국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인지라 집은 금방 엉망이 됩니다. 그러나 같은 건물에 사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위태로운 상황을 알아챌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도 지나칩니다.

영화를 보며 전혀 상황이 슬프게 연출되지 않고 아이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찍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엉엉 소리 내어 울도록 배경음악도 넣고 클로즈업도 할 만한데,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내 아이들을 비춥니다. 지나치는 어른들도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곧 우리로, 직장을 다니며 살아갈 뿐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사회에 대해 생각에 잠기도록 하는 영화였어요.
영화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올해 <괴물>이라는 영화도 만들었죠. 저는 <괴물>을 먼저 보고 <아무도 모른다>를 바로 찾아봤어요. 마찬가지로 아이들에 초점을 둔 영화였는데요. 고레에다 감독은 아이들, 담담함, 그리고 무지한 어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끊어서 보지 마시고 푸르스름한 밤에 달달한 간식 앞에 두고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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